드디어 태국에서의 첫 아침.

다급하게 나를 부르는 J의 흥분된 목소리에 일어나 나가보니
베란다 밖으로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새벽에 보았던 그 더럽고 시끌벅적한 카오산 거리를
깨끗이 씻어내려는 듯
살수차 세 대와 수십 명의 청소부들이 골목을 가득 메우고
대청소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행자들이 남기고 간 온갖 때와 쓰레기들이
살수차가 뿌린 물 위로 시커멓게 흘러가고
청소부 아저씨들은 맨발에 싸리비 하나를 들고
깨끗하게 거리를 쓸어내고 있었다.

우리가 카메라를 들고 신이 나서 찍어대고 있으려니
아래쪽에서 우리를 발견한 청소부 아저씨들이
손을 흔든다.

기분좋은 첫 날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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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의 때를 말끔히 씻어내는 살수차와 아저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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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에 싸리비. 구정물 위에 선 그의 발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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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가 끝나기를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알록달록 예쁜 택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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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해진 거리 위로 담 너머 보이던 '왓 차나 쏭크람' 사원.


잔뜩 지쳐버린 새벽,
지저분하고 시끌벅적한 카오산 거리에서
밤새 헤멨던 지난 밤을 뒤로 하고
시원한 물청소에 아침부터 기분이 상큼해진 우리는
'비데'가 아닌 샤워실에서 제대로 샤워를 하고
새로운 숙소를 구하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섰다.

사원 가의 나무 위에서는
닭 한 마리가 시도 떄도 없이 훼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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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많이 고팠지만 딱히 먹을만한 곳도, 숙소도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 헤메다가 일단 밖에 나와 있는 메뉴판을 보고 노천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알고보니 그 곳이 바로 우리가 찾던 숙소 중 하나인 'Four Son's Village'였다.

Lucky!

마침 체크아웃이 시간대라 방도 비어서 일단 빈 방을 보니
더블베드에, 에어컨, 옷장, 개인 욕실까지 있는 방이 600 B였다.
그러나. 504호.. ;ㅁ;
계단의 압박이 있기는 했지만 지난 새벽의 악몽이 떠올라
더 고생하지 않고 나름 만족하며 머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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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후에 청소가 끝나면 오라고 하기에
일단 짐을 맡기고 꼬창까지 가는 투어를 알아보기 위해
게스트 하우스에서 운영하는 듯한 투어 안내소에 가 보았다.

그런데 꼬창까지 편도가 500B란다.
우리가 사전에 알아보고 온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었다.
일단 다른 곳을 알아보기로 하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할 수 없이 다시 식당에 앉아서
드디어 식사를 주문했는데 왠걸, 태국 음식이 내 입맛에 딱!
정말 맛있었다. >ㅂ<

밥까지 먹고 맥주 한 잔씩 하고 있으려니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가 혼자 티브이를 보다가
심심했는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David Miles.
영국 런던에서 왔고 직업은 사회복지사. 태국에는 4년 째 왔다고 했다.
술도 좀 마셨고 심심하던 차에 친구가 생겨서 기분이 좋았는지
데이빗은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다.

인도, 동남아, 미국, 캐나다, 유럽...거의 한중일 빼고
모든 나라를 다 가본 듯 했고
여행을 많이 다닌 서양인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세계는 하나'이며 자신은 동양철학을 좋아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양을 했다.

나는 데이빗이 꽤 맘에 들었다.
꽤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듯 했고
태국에서 만난 첫 외국인 친구라 친밀감도 더 빨리 생긴 것 같았다.
덕분에, 함께 있는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우리는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은 후
꼬창에 가는 다른 투어를 알아보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섰다.
(데이빗은 고맙게도 우리 술값까지 계산해 주었다.)

모퉁이를 돌아 조금 걸어가니
한국 여행사인 '홍익 여행사'가 눈에 띄었다.

불과 이틀 밖에 안 지났는데도
문을 열자마자 들려오는 한국어가 어찌나 반갑던지!

투어 비용을 알아보니 두 명에 뱃 삯과 버스 비용까지 합해서 왕복 1,120B였다.
역시 현지 여행사보다 싸구나!
새삼 동포애(-ㅂ-)까지 느끼며 기분 좋게 투어를 예약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베란다에서 창밖을 보니 꼭 숲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아침부터 대청소를 한 거리는 깨끗하고 신선했으며
숙소를 잡고 투어 예약까지 마친 마음도 홀가분했다.
신선한 사원의 공기가 5층까지 헐떡이며 올라온 보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자, 이제 슬슬 '관광'을 해 봐야지.

팟 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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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벤자마보핏'
 

첫 관광코스는 택시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왓 벤자마보핏'.
'왓'은 태국어로 '사원' 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비가 온다는 핑계로
이것저것 다 하고 늦장을 부린 우리는
그만 사원의 개방 시간이 다 끝나갈 무렵에서야 도착해서
왠만한 곳은 다 문을 닫고 제대로 관광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주황색 법복을 입고 조용한 사원을 거니시는 스님들과
비에 젖은 사원의 고요함은 꽤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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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거리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개. 사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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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내의 예쁜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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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의 정원과 대법당을 잇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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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사원 안을 신발도 신지 않고 다니시는 주황색 법복의 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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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태국에 도착하기 며칠 전,
왕의 누님이 돌아가셨다.

태국의 모든 사원에는
조의를 표하는 검정천과 하얀 천이 함께 둘러져 있었고
거리 곳곳에는
왕의 누님 영정사진과
제단이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의 첫 관광지인
왓 벤자마보핏에 마련된
왕 누님의 영정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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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마다 널려있는 왕과 그 일가의 사진들.

우리가 보기엔 그저 민중을 착취하고 호화생활 누리는
'쓸 데없는 존재' -_-;; 로 밖에 안 보이는데
태국인들은 왕가를 진심으로 존경하는 것 같았다.

역시,

이데올로기의 힘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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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은
오토바이를 정말 많이 탄다.

오토바이를 대여해 주는 곳도 거리 곳곳에 정말 많다.

사원 가운데의 조그만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법당이 문을 닫는 바람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사원을 나왔는데
대신 나와서 이렇게
거리의 오토바이가 신호를 기다렸다가 떼지어 달리는 장관을 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



오는 길에는 뚝뚝을 탔다.
택시가 70B이었는데 창문도 없는 뚝뚝이 100B을 부른다.
어차피 거리가 막혀서 택시타도 마찬가지라는 뚝뚝 기사의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
그래도 태국이 아니면 탈 수 없을 뚝뚝이 재미있어 보여서 그냥 타기로 했다.
거리의 매연이 그대로 폐까지 들어오는 느낌이었지만
차들 사이로 '투두두두두~'거리며 달리는 오토바이 삼륜차는 제법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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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뚝을 타보세요~!!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 식사는 새우가 들어간 매콤한 태국식 해물수프
'똠양꿍'을 먹었다. ('꿍'은 '새우'라는 뜻.)

첫 맛은 시고도 매운 생소한 맛이었지만
두 숟가락 이상 먹으면 그대로 중독된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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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똠양꿍'을 먹고
이제 카오산으로!

첫 인상과는 달리
조금은 덜 지저분하고
조금 더 흥미로운 카오산의 거리가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전 세계의 언어가 섞이고
전 세계의 문화가 한 데 어우러진 카오산 거리는
수많은 여행객들의 발을 묶어 놓고야 마는,
정말이지 매력적인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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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즐겨 마신 태국의 타이거 맥주.

타이거 맥주에 칭따오 맥주 잔.
나중에 꼬창에서는 '레오' 맥주도 발견했다.

태국 맥주는 사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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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 거리에서 팔던
예쁜 등.

투명한 플라스틱 같은 재질로 되어 있는데
작은 조각들을 조립하면
저렇게 예쁜 모양이 된다.

무지무지 사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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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의 밤거리는
시끌시끌 북적북적 휘황찬란.

세계 각국의 언어와
세계 각국의 문화가 뒤섞이고
거리에선
세계 각국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길 한 복판에서
레게 머리를 해주고
돈 많은 외국인들이
흥청망청 밤새도록 술에 취해 여흥을 즐기는 동안
키가 150센티도 채 되지 않을 듯한 고산족 아주머니들이 다가와 팔찌와 전통 모자 등을 판다.

카오산의 거리는
밤을 잊고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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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 거리의 어느 라이브 바에서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한 어느 가수.

우리는 이 사람의 기타 소리와 목소리에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었고
우리가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자 그는 노래를 부르다 말고 우리보고 들어오라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그의 순수한 미소 한 방에 홀랑 넘어가 바에 들어가고 말았다.

하지만 술값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그의 기타 연주 실력은 최고였으며,
목소리는 에릭크랩튼 못지 않게 멋있었다.

노래도, 기타 연주도, 하모니카 연주도 어찌나 잘 하던지!

결국 우리는 20밧의 팁까지 주고 아쉬움을 남긴 채 한 시간 가량의 연주를 듣고 나왔다.

중간중간,
그의 노래를 따라부르며
호응하던 서양 남자 두 명과
그 호응에 더욱 신나게 노래를 부르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식당에서 다시 데이빗과 조우.
술취한 데이빗은 만취에 진상. -_-;;

낮에 맥주까지 사준 데 대한 보답으로
한국에서 올 때 챙겨온 '맑스(가 그려진) 티셔츠'를 주었더니
자기도 맑시스트라면서
천안문 사태부터 이라크 전쟁, 동양 철학까지 줄줄줄 읊어댄다.

오케이. 데이빗. 거기까지!
;ㅂ;

그는 참 좋은 사람이었으나,
오랜 시간 함께 있기엔 너무 피곤한 이였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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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틈새

아.아.
여기는 태국. 방콕의 Phra*A-Thit Rd.
"Merry V" 게스트 하우스 C12호실.
객실 통로 끝에 있는 테라스 쪽에서 열대의 새소리가 들린다. 음흐흐흐..
우리는 진짜로 태국에 온 것이다!!

more..-> 태국으로 가는 길~!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한 시각은 현지 시각으로 새벽 4시 50분경.
공항에 도착한 시각이 1시 50분 쯤이었는데 태국 공항의 여권 심사대 직원들은 여행자들을 붙들고 뭐 그리들 할 말이 많은건지... 공항에서 입국 심사 기다리는 데에만 거의 한 시간 반 가까이 걸렸다. 흑.

긴 시간을 기다려 입국 심사대를 빠져나오자 습한 공기가 확 밀려온다.
아! 태국이구나!!
그러나, 긴장감을 풀 겨를도 없이 명찰을 목에 건 언니 한 명이 다가와 "어디로 가느냐"며 다짜고짜 600밧을 부른다. 태국에서는 흥정이 필수라더니, 공항에서부터 우리 뒤를 졸졸 따라나오는 언니와 흥정이 벌어졌다.

-600B!
-450B!
-500B!
-450B!
-졸졸졸...

우리가 흥정을 하는 사이 다른 언니, 오빠, 아저씨 -_- 들도 따라 붙었다.

-500B!
-450B!
-...OK! 450B!

흐흐.. 그러나, 언니들. 미안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어요.
우리는 끊임없이 따라붙는 개인 픽업 기사들을 간신히 따돌리고
미터 택시를 타겠다며 용감하게 차도로 향했다.

마침, 오른쪽으로 택시를 타기 위한 줄인 듯 동그란 표지판 앞에 사람들이 서 있길래
맨 뒤로 가서 줄을 섰더니 어떤 아저씨가 앞으로 가란다.
아저씨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보니
임시 가판을 두고 직원 서너 명이 앉아서 티켓을 끊어주고 있었다.
우리는 미터로 가는 택시를 찾고 있다고 했더니
자정이 넘어서 미터로는 가지 않는다며
행선지를 물어보고는 450B에 택시 승차권을 끊어주었다.
(젠장, 결국 450B이쟈나! -_-;)

택시 승차권을 받고 다시 줄 맨 뒤로 가서 서려는데
줄 서 있던 아저씨들이 막 웃으며 앞으로 가라고 서로 손짓을 하고 난리다.
알고 보니, 그 줄은 택시 기사들의 줄이었던 것!
승차권을 받고 줄 서 있는 택시 기사들에게 가면
서 있던 순서대로 기사들이 손님을 태우는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탄 택시에서는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게 나오고
아저씨는 과묵하지만 (영어를 잘 못했다. ㅎ) 친절하고 매우 순수해 보였다.

우리는 그제서야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고 창밖을 내다 보았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태국의 택시에서는
전화 인터뷰를 하는 듯 여자 아나운서와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야자수가 열지어 서 있는 태국의 새벽길은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귀여운 글씨체의 커다란 도로 표지판과
신호가 바뀌기까지의 시간이 표시되는 신호등,
자동차들 사이에서 함꼐 달리는 뚝뚝을 발견하는 것도 재밌었다.

20분쯤 달렸을까?
시내로 들어서니 관광 안내 책자에서 보던 사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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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벽, 황금빛 사원, 한 밤에도 빛나는 화려한 건물들이
시내 한 가운데에서 불쑥불쑥 나타났고
거의 동상 크기만한 황금빛 액자 조각에 놓인 왕과 그의 가족들의 모습은
공항에서부터 끝도 없이 우리를 따라왔다.

게다가 우리가 도착하기 얼마 전,
왕의 누님께서 운명하셔서 거리에는 그녀를 추도하는 사진과 추모 제단이 곳곳에 놓여 있었고
사원 벽에는 흰 색과 검은 색의 천이 둘러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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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와중에도 거리의 사원들에 정신이 팔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쯤,
택시는 어느새 우리의 목적지인 카오산 로드에 도착했다.
아저씨가 내려주는 짐을 받아들고 500B을 내미니,
이 아저씨, 50B짜리가 없다면서 예의 그 순진한 얼굴로 곤란한 미소를 짓는다.

내가 "그래서 어쩌라구요-_-"하는 표정을 하고 계속 서 있자
아저씨는 주머니에서 꼬깃한 20B짜리 지폐 두 장을 찾아서 내밀었다.
결국 거스름돈은 40B만 받기로 하고 짐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와~ 카오산은 정말 더럽고 시끄럽고 요지경이고나!!

그 새벽에도 Pub마다 사람들이 넘실대고
길가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과 현지 노숙인들이 쓰레기와 함께 뒹굴고 있었다.
도무지 그곳이 태국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외국인들로 가득찬 거리에서는
그들에게 주어진 자유의 1분 1초라도 아깝다는듯
술을 마시고 친구를 만나 떠들고 길에서 소리치며 다니는 수많은 국적의 소리들이 아우성대고 있었다.

그리고...
개와 고양이는 함께 신났다.ㅎ

여행자들이 워낙 많은 거리라 그런지
우리의 대화만 듣고도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아본 서양인들과 태국인들이
지나가는 거리마다 우리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이름이 뭐예요?"

우리는 그 때 그 때 웃으며 가끔씩 길도 물어보았다.
이상하게도 낯선 그들이 전혀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방을 구하는 일은 절대로 녹녹치 않았다.

설마 하는 마음에 예약도 하지 않고 온 것이 뼈에 사무치도록 후회가 될만큼,
찾아가는 게스트 하우스마다 "Full", "Full"이었다!!

땀을 비오듯 흘리며 무거운 배낭과 겨울옷들을 간신히 들고 가는데
람부뜨리 거리에 들어섰을 때쯤, 다행히 한국인 여행객 두 명을 만났다.

자기들은 마침 나오는 길이라면서 근처에 있는 '람푸 하우스'를 추천해 줬는데
그 곳도 역시 방은 없었다. ;ㅁ;

간신히 힘을 내서 조금 더 걷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간 'Merry V'에서 드디어 200B짜리 트윈룸을 발견!
비록 야전침대에 가까운 침대 두 개와
80년대 교실에서나 보던 천장에 달린 커다란 팬 뿐인 방이었지만
우리는 감사히 지친 몸을 누이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바로 화장실!
많이 지친 몸이었지만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그냥 잘 수는 없었기에
샤워실을 찾아 갔는데
사람 한 명이 들어가고 간신히 공간이 조금 남을 만한 작은 칸에는
변기와 함께 조그만 샤워기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이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샤워를 하란 말이냐'
하는 생각에 샤워기로 간신히 발만 닦고 나왔는데
(세면대는 복도에 따로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생각해보니
그 샤워기는 바로 '비데'였다!

나중에는 그 비데에 많이 익숙해 졌지만
처음 비데와 변기가 놓인 화장실을 보고
샤워실로 착각했던 그 날의 에피소드는 두고두고 생각해도 재밌는 추억이 되었다.
(별 게 다...-ㅂ-;;)

천장의 선풍기는 낡아보여도 꽤 추웠다.

아...
여기는 태국이다.


2008.2.4.
Merry V Ghesthouse.


more..

Posted by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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