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부 장관의 7월 2일 기자브리핑에 부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7월 2일 기자브리핑 내용은 변명과 거짓말로 점철된 문화부의 한심한 현재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종합세트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문화계 표적감사 의혹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업무수행일 뿐이라고 거짓말하고 강한섭 영진위원장의 해임에 대해서는 영진위의 처참한 경영평가 결과를 노조 탓으로 돌렸다. 최근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대한늬우스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피해를 준다면 내릴 수도 있다’면서도 ‘개그일 뿐이니 가볍게 봐달라’고 변명으로 둘러댈 뿐이었다.

얼마 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배만 안 다니는 대운하 프로젝트’인 ‘4대강 살리기(죽이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민들의 반대 여론을 감안해 임기 내에 대운하 사업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언하여 거짓말로 국민들을 우롱하더니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그들의 거짓말과 변명


  주로 특정 인사나 문화부 산하 공공기관, 단체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어 온 그간의 문화계 감사가 다분히 정치적 목적을 가진 저인망식 표적감사였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의혹’이 아닌 ‘공공연한 진실’이다. 이를 ‘정상적인 업무수행일 뿐’이라고 순진하게 믿어주기에는 매번 드러나는 시나리오가 너무나도 뻔뻔하다. 대체로 문화부의 압력으로 시작하여 문화미래포럼과 빅뉴스 등 뉴라이트 매체의 협동 공격에 힘을 받아 저인망식 표적감사를 실시하고 감사 후에는 사소한 이유들로 명분을 만들어 기관장을 해임하거나 구조조정을 지시한다.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해임 과정에서부터 최근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국회의 감사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하지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감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껏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감사가 진행된 적도 없을뿐더러 정부로부터 8천만 원 이상을 받은 수백 개의 단체들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수 단체들에 대해서는 과연 얼마나 감사가 철저히 진행되고 있는 지도 의문이다. 이번 감사가 진정 ‘정상적인 업무수행일 뿐’이라면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기자브리핑에서 발표했던 내용 중에서도 가장 기가 막힌 것은 강한섭 영진위원장에 대한 유인촌 장관의 따뜻한 배려다. 유인촌 장관은 강한섭 위원장의 사퇴 수리 결정을 발표하면서도 ‘새로운 업무실적을 내기에는 시간이 매우 짧았고 노조문제가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방해했다’며 도리어 문제를 노조 탓으로 돌렸다. 또한 ‘평가결과는 지나치게 양적인 평가나 과거실적 위주였다는 지적이 영화계 내에서도 일부 있습니다’라는 언급까지도 잊지 않았다. 결국 찬란한 ‘경영평가 꼴찌’ 성적에도 불구하고 강한섭 위원장은 잘못한 것이 없으며 모두 ‘남의 탓’이지만 ‘한국 영화계의 발전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사퇴를 수리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인촌 장관은 ‘한국영화계는 반목과 갈등보다는 화합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발언을 통해 괜한 남 탓의 여지를 다시 한 번 강한 인상으로 남겼다. 지금, 반복과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누구인가. 변명도 이 정도면 ‘모함’의 수준이다.


  개그하는 문화부


  <대한늬우스>에 대한 유인촌 장관의 변명은 아예 개그 수준이다. 그렇지 않아도 넘쳐나는 정부 홍보물의 홍수 속에 맘 편히 눈길조차 돌릴 곳이 없는 시대에 극장에서조차 <대한늬우스>를 통해 ‘4대강 살리기(죽이기)’ 광고를 보아야 하는 국민들에게 ‘개그일 뿐이니 가볍게 봐 달라’니, 국민들의 유머 수준을 너무 우습게 알고 있다. 정작 개그는 <대한늬우스>가 아니라 현 정부의 정치 수준이다. 게다가 웃음 대신 짜증을 유발하는 저질 개그다. 그런 저질 개그를 억지로 보아야 하는 것이 바로 지금, 국민들이 울분을 터트리고 있는 이유이다.
유인촌 장관은 7월 1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명박 대통령의 추진력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그 이유에서 유인촌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국민을 무시하는 추진력을 더 이상 과시하다가는 국민들의 분노에 찬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 이 글은 2009년 7월 3일 문화연대 논평으로 발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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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헌법마저 무시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하는 정부는 명백한 탄핵감이다.
-정부의 ‘도심 대규모 집회 불허’ 방침을 규탄하며


이명박 정부가 급기야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하고 있다. 지난 20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폭력시위 대응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폭력시위가 예상되는 도심 대규모 집회를 원칙적으로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결정한 것이다. 이는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21조 2항을 전면으로 거스르는 결정이자 87년 이후 이루어 온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틀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위법 행위를 정부 스스로 자행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침이 결정되기 이전에도 이명박 정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부분의 집회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해왔다. 특히 지난 촛불집회 이후로는 거의 모든 집회가 원천봉쇄 되어왔으며 심지어는 기자회견조차 방해하고 참가자들을 불법적으로 연행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들은 어느 누구도 감시와 통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터넷 상에서 경제 전망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던 누리꾼은 ‘국가 경제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이유로 잡혀갔고 거리에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경찰 폭력의 위험에 처해 있으며 경찰의 무자비한 과잉 진압에 희생당한 철거민 유가족은 오히려 경찰에 짓밟히고 있다. 게다가 국회에서는 언론주권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을 비롯하여 개인의 휴대전화와 전자우편까지 국정원과 수사기관이 합법적으로 도청하고 검열할 수 있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집회․시위에서의 복면 착용까지 금지하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개정안’ 등이 최소한의 상식적인 논의절차도 없이 통과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죽창시위’가 국가브랜드를 망친다”고 했지만 지난 촛불집회에 대한 ‘국제 엠네스티’의 보고서나 정부의 ‘인터넷 실명제’ 방침에 대한 구글(Google)사의 입장 성명 등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국민의 기본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선진 일류 국가로의 도약’을 가로막고 나라 망신을 시키고 있는 것은 바로 이명박 정부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헌법을 무시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정부는 더 이상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로 인정될 수 없다. 우리는 정부가 이번 방침을 철회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모든 악법과 법적․제도적 시도들을 중단할 때까지 정권 퇴진 운동을 불사하고 강력히 싸워나갈 것임을 밝힌다.


2009년 5월 22일
문화연대

Posted by 틈새


 4월 24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신재민 제2차관을 제1차관으로 임명하고, 김대기 통계청장을 제2차관에 임명하는 인사안을 발표했다. 제1차관의 담당 업무가 문화, 관광 관련 분야이고 제2차관은 체육, 국정홍보 등의 업무임을 고려할 때 두 명의 차관이 모두 주무 분야에 대한 경험이 없는 인사로 채워진 것이다. 더욱이 제2차관에 임명된 김대기 전 통계청장은 기획예산처와 대통령 비서실 경제정책 비서관을 거친 경제 관료로 문화정책에 대한 전문성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우리는 이번 인사가 지난 7일 발표한 직제개편안과 맞물려 앞으로 문화정책의 위상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문화체육관광부를 주요 국책사업의 대리 기관이자 정부의 나팔수로 전락시키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4월의 차관 인사와 직제개편안이 의미하는 것들


  청와대는 이번 인사 조치와 관련하여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 정책을 공식 설명하는 정부 대변인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에 경제 관료를 임명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문화정책보다 공보기능에 중점을 두려는 현 정부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의 이와 같은 의지는 지난 4월 7일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 직제 개편안에도 반영되었다. 제1차관 소속의 ‘미디어정책관’을 제2차관 소속으로 이동하고 국책 사업인 ‘4대강 살리기’와 ‘새만금 관광사업’을 위해 ‘녹색관광과’와 ‘새만금 개발팀’을 신설한 것이다. 이는 6월 미디어 관련법 개악안이 통과될 것을 염두에 두고 미디어 정책과 국정홍보 기능을 모두 제2차관 산하에서 통합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며 대규모의 국책 사업을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인사를 통해 문화정책에는 전혀 전문성이 없는 경제 관료를 제2차관으로 임명함으로써 향후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정책 전문 부처로서의 역할보다 정부의 개발사업과 경제정책을 홍보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결국 이번 차관인사와 조직개편안은 이명박 정부가 ‘돈벌이로서의 문화’, ‘정부의 충실한 입과 수족이 되어주는 문화부’에 대한 관심 외에는 문화정책에 대한 관심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히틀러의 괴벨스와 이명박의 문화체육관광부


  히틀러는 괴벨스를 국민계발선전장관, 문화회의소 총재로 임명함으로써 나치의 통치전략을 선전하고 대중들을 선동하여 결국 국민들을 전쟁에까지 동원했다. 언론자유와 의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비상조치법을 공포하고 괴벨스를 통해 선전․선동에 주력한 히틀러의 사례는 선전을 통한 정치적 성공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낙하산 인사와 미디어 관련법 개악을 통한 언론 통제, 메일과 문자를 비롯한 개인정보까지 서슴치 않고 추적하는 네티즌 통제, 문화정책 대신 국책 사업과 공보 기관의 역할을 대리하도록 하는 인사․직제 개편안은 히틀러와 괴벨스의 관계를 연상하게 한다.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화려한 초고층 빌딩과 거대한 랜드마크를 건설하는 것, 강을 죽이고 골프장과 카지노, 대형 놀이공원 같은 것들을 건설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라 말하는 이명박 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국민들은 결코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2009년 4월 28일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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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의 피터 듀런드 교수가 처음 사용한 ‘컬쳐노믹스’라는 용어가 있다. ‘culture’와 ‘economics’ 의 합성어인 이 용어는 문화를 알아야 경제적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문화의 요소를 경제적인 가치로 변화시키는 이 전략은 사라장이 등장하여 ‘당신의 자산을 성공으로 연주한다’ 는 카피를 내세우는 IBK 기업은행 광고나 유명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직접 상품에 프린팅 또는 차용하는 패션 업계의 전략, 장 폴 레이노의 ‘빅 팟’을 금융상품에 차용한 하나은행의 ‘빅 팟 통장’ 등에서 보이듯이 ‘예술’을 ‘상품’으로 적극 활용한다. 1990년대 이후 많은 기업들이 영화, 공연, 전시 등의 문화산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컬쳐노믹스’는 기업의 전략 차원을 뛰어넘어 하나의 ‘이데올로기’이자 적극적인 ‘통치전략’의 위치를 차지했다. ‘생태’, ‘친환경’과 ‘문화’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제적 부가가치의 창출 조건이 되었다. ‘웰빙’, ‘슬로우 푸드’, ‘친환경 유기농’, ‘공정무역’, ‘느림’과 같은 생태적, 대안 경제적, 철학적인 가치들은 자본에 의해 적극적으로 흡수되고 있다. 이제는 스타벅스도 공정무역을 내세우고 사람들은 ‘웰빙’하기 위해 ‘슬로우 푸드’의 가치를 내세운 수제 햄버거 집에서 자랑스럽게 비싼 햄버거를 사 먹는다. ‘친환경’적인 느낌을 주는 원목 인테리어와 해외 유명 아티스트나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전시해 놓은 까페가 ‘느림’을 내세워 고급 와인과 유기농 요리들을 고가에 판매하고 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생태’와 ‘문화’를 기쁘게 소비한다.


서울시장과 서울문화재단 콤비에서 그대로 이어져 이제 정권을 차지한 이명박-유인촌 콤비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와 같은 상황을 정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명박의 청계천 복원 사업에서부터 이어지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조성과 서울 디자인 올림픽, 광화문 광장 조성 사업, 하이서울 페스티벌 등은 이제 ‘문화’와 ‘생태’를 이용해 자본의 이익에 부합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동시에 정치인 스스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자리를 잡았다.


결국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부에 문화정책은 없다. 이명박 정부는 90년대 이후 정권 중 가장 반문화적이지만 ‘문화’라는 말을 가장 남발하는 정권이다. 이명박-유인촌 콤비는 서울시장-서울문화재단 콤비에서 시작하여 ‘문화’, ‘생태’, ‘역사’ 같은 단어가 사람들을 현혹하기에 아주 좋은 아이콘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지금까지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그들은 70년대식 개발논리를 가지고 90년대식 명분으로 포장한다. 동시에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데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이 역할을 지금 ‘문화체육관광부’가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유인촌 장관은 촛불집회 때 나서서 ‘진실은 이렇습니다’라는 홍보 동영상을 발표했고, 올해 1월 미디어 관련법 개악을 앞두고는 지식경제부 장관과 함께 성명을 발표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맞추어 ‘문화가 흐르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시작했고, 일자리 정책을 마련하느라 ‘예술뉴딜’을 내놓았다. 문화부는 앞장서서 미디어 장악과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히틀러에게 괴벨스가 있었다면 이명박에게는 유인촌이 있는 것이다.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화려한 초고층 빌딩과 거대한 랜드마크를 건설하는 것, 강을 죽이고 골프장과 카지노, 대형 놀이공원 같은 것들을 건설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인가? 자연의 흐름을 막고 인공으로 조성한 개천과 개발을 위해 당연히 파괴되는 강물을 지켜보는 것이 ‘생태’인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때이다.


** 이 글은 내일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퍼가실 때는 댓글 남겨주시는 센스~!) **

Posted by 틈새

"'엿듣는 사람들' 경계하라던 김형오 의장은 어딨나?"

[홍성태의 '세상 읽기'] 통신비밀보호법 개악

기사입력 2009-04-10 오전 8:58:07


지금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말 'Nowhere man'의 'Nowhere land'가 되려는가? 우리의 처지는 나날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가축의 신세와 비슷한 것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우선 법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강부자 공화국'은 일단 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강행하는 법은 '강부자 공화국'의 성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강부자'를 대표하는 대기업과 투기꾼을 옹호하는 것이다. 대기업은 안보를 무시하고 초고층 빌딩건설하거나 심지어 석면 화장품 발표에서도 슬쩍 빠질 수 있다. 투기꾼은 종합부동산세, 양도세까지 완화돼 그야말로 신나게 투기할 수 있게 되었다.

'강부자'로 대표되는 부유층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은 어떻게 되는가? 국가의 감시가 극렬히 강화되는 가운데 비정규 '삽질 인생'의 막장으로 내몰릴 판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2009년 1월 14일 '31개 법안 검토 의견서 국회 전달'이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모든 언론사에 배포했다.

▲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여러 악법 중에서 통신비밀보호법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법은 시민 개인 간의 통신을 엿듣는 권리를 국가정보원에게 부여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다." ⓒ국가정보원
이 자료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강행하는 법들의 문제를 잘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민변은 '31개 악법'을 법안의 유형에 따라 △언론 및 표현의 자유 말살 악법 △법적 혼란 야기 악법 △경제 민주화 역행 악법 △사회 양극화 조장 악법 △국가 통제 강화-인권 말살 악법으로 분류·검토한 의견서를 1월 9일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했다.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이미 졸속으로 처리된 법들도 있다. 우리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이 법들은 반드시 조속히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또 아직 처리되지 않은 법들은 반드시 처리되지 않도록 막아야 할 것이다. 민변에서 대표적인 '악법'으로 규정한 '31개 법안'의 내용은 사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법들은 그 중에서 '국가통제강화-인권말살악법'으로 규정된 것들이다. 이것이야말로 저 악랄한 독재 시대로의 회귀를 강행하는 것이라고 할 만하다. 이명박은 역시 전두환과 박정희와 이승만을 꿈꾸는가? 민변의 보도 자료는 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서 제시했다.

■ 국가 통제 강화-인권 말살법

23.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전면 개정안 (일명 '민간기부통제법')
24.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개정안 (일명 '복면금지법')
25. 불법집단행위에 관한 집단소송법 제정안 (일명 '집단소송제모독법' 또는 '집회말살법')
26.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일명 '휴대전화감청법' 또는 '휴대폰도청법')
27. 국가정보원법 일부개정안 (일명 '정치사찰법', '안기부부활법', '무한권력국정원법', '무소불위 국정원법')
28. 국가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법안 (일명 '제2의 국가보안법', '테러빙자 반대파싹쓸이법')
29. 교원의 노동조합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일명 '교원노조무력화법')
30.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개정안 (일명 '시민단체연좌제법')
31. 북한인권법안 (일명 '대북삐라살포지원법')

민변의 자료를 보노라면, 정말이지 입이 딱 벌어지게 된다. 도대체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가?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도살장으로 가고 있는 것인가? 군사독재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 '강부자 공화국'은 결국 '짝퉁 5공화국'인가? 민주주의는 정녕 이런 식으로 파괴되고 마는 것인가?

'국가 제 강화-인권 말살법' 중에서 특히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관련 기사 :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악! 법이라고?' 통신비밀보호법))을 꼭 참고하시길).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방송과 통신 전반에 걸쳐 강력한 감시와 통제를 강행하고 있다. 방송은 방송법 개악으로, 인터넷은 정보통신망법 개악으로, 그리고 개인통신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악으로 하고자 한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방송과 인터넷뿐만 아니라 개인통신마저 철저히 감시하고 통제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휴대전화는 1988년에 784대가 보급되었으나, 2008년 5월말 현재 휴대전화 가입자는 약 4,474만 명으로 인구 대비 92.2%의 보급률을 기록했다. 한국은 말 그대로 '1인 1휴대전화 사회'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모든 휴대전화 이용자에 대한 이용 기록의 보관과 전면적인 도감청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26.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일명 '휴대전화감청법' 또는 '휴대폰도청법')

가. 대상 법안

○ 2008. 10. 30. 이한성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1650, 미상정(법사위 회부)

나. 법안 요지

○ 민간사업자에게 휴대전화와 전자우편, 인터넷쪽지(메신저)의 감청이 가능한 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사업자는 이용자의 기록을 1년 이상 보관했다가 수사기관이 요구하면 넘겨주어야 하며,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처벌하도록 하는 것임.

다. 의견

○ 개정안대로라면, 국정원 등 수사기관이 휴대전화 도청 등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 한편 통신사실확인자료에 '위치 정보'를 추가하여 개인의 위치정보가 실시간으로 파악되도록 함으로써, 신용카드·지하철·버스카드 사업자 등과 함께 국가기관 또는 수사기관이 개인의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결과적으로 개정안대로라면 모든 개인사생활정보가 기록되고, 언제든지 정보수사기관에 넘겨질 수 있으며, 국민들은 예비적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된다. 국가권력이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상시감시체계를 갖게 됨에 따라 그 악용여부에 따라서는 조지 오웰의 가상소설 <1984년>이 우려한 '빅브라더의 출현'이 예고된다.

1948년에 발표된 조지 오웰의 <1984>는 당시 소련을 모델로 해서 쓰였다. '빅 브라더'는 악명 높은 철권통치로 히틀러와 비교되는 스탈린이 모델이다. 그러니 '빅 브라더의 출현'은 결코 칭찬이 아니다. 그것은 이 나라가 스탈린이 지배하던 소련과 비슷한 악독한 나라로 후진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4월 7일 '2008년 하반기에 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 등에게 협조한 감청, 통신 사실 확인 자료 및 통신 자료 제공 현황'이 발표되었다. 이에 따르면 휴대전화와 인터넷에 대한 수사기관의 감청 건수가 9000건을 넘었으며, 그 중에서 무려 98.5%를 국가정보원이 차지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가정보원 법도 개악해서 모든 정보통신망을 국가정보원이 영구적으로 완전히 장악해서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관련 기사 : 정부 통신 감청 9000건 돌파…98.5% 국정원 집행)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도 '악법'의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니 그들도 무턱대고 '좌빨'을 운운하며 문제를 덮으려 하지 말고 문제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며 인간답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통비법 개악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 <현실 정보사회와 정보사회운동>(홍성태 지음, 한울 펴냄). ⓒ프레시안
나는 여기서 특히 김형오 국회의장의 책임을 강조하고 싶다. 최근에 출간한 내 책 <현실 정보사회와 정보사회운동>(한울 펴냄)의 머리말에서 나는 일부러 다음과 같이 썼다.

여기서 나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1999년 9월에 도청의 실상을 소상히 밝히고 통비법의 개정을 제기하며 발간한 책을 떠올린다. <엿듣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이 책의 마지막 장인 15장은 '통신비밀보호법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으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통신비밀보호법'은 사실상 '감청남용촉진법'이나 다름없다. 법률에 의해 일반 국민이 통신비밀을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 이 법의 가장 큰 맹점은 이 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 위헌의 소지가 있는 긴급감청제도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 그런데 다시 생각하면 '통신비밀보호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다. 국민들이 이 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이익보다는 인권을 침해당할 우려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합법적으로 도청의 길을 열어준 셈이다. (…) 국회가 통신인권의 파수꾼이 되어 철저하게 불법감청을 예방하고 막아주어야 한다. 이것이 국민이 바라는 21세기 국회가 할 일이다." (341~345쪽)


김형오 의장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강행하는 무시무시한 통비법 개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통비법 문제에 대한 본인의 적극적 대응은 10년 전의 일이라 까맣게 잊었는가? 아니면, 이제는 권력을 장악했기에 통비법 문제에 대한 생각이 싹 바뀌었는가? 모든 휴대전화 이용자의 이용 기록을 보관하게 되면 언제라도 도감청은 물론이고 대규모 유출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사업자가 져야 한다.

이렇게 반인권적이고 반경제적인 통비법 개악에 비하자면 '긴급감청제도'는 오히려 귀여운 수준이 아닌가? 김형오 의장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터무니없는 통비법 개악을 즉각 저지하고 나설 것을 촉구한다. 그것만이 최소한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이 되는 길일 것이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Posted by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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