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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0 이명박 정부의 문화


1990년대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의 피터 듀런드 교수가 처음 사용한 ‘컬쳐노믹스’라는 용어가 있다. ‘culture’와 ‘economics’ 의 합성어인 이 용어는 문화를 알아야 경제적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문화의 요소를 경제적인 가치로 변화시키는 이 전략은 사라장이 등장하여 ‘당신의 자산을 성공으로 연주한다’ 는 카피를 내세우는 IBK 기업은행 광고나 유명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직접 상품에 프린팅 또는 차용하는 패션 업계의 전략, 장 폴 레이노의 ‘빅 팟’을 금융상품에 차용한 하나은행의 ‘빅 팟 통장’ 등에서 보이듯이 ‘예술’을 ‘상품’으로 적극 활용한다. 1990년대 이후 많은 기업들이 영화, 공연, 전시 등의 문화산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컬쳐노믹스’는 기업의 전략 차원을 뛰어넘어 하나의 ‘이데올로기’이자 적극적인 ‘통치전략’의 위치를 차지했다. ‘생태’, ‘친환경’과 ‘문화’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제적 부가가치의 창출 조건이 되었다. ‘웰빙’, ‘슬로우 푸드’, ‘친환경 유기농’, ‘공정무역’, ‘느림’과 같은 생태적, 대안 경제적, 철학적인 가치들은 자본에 의해 적극적으로 흡수되고 있다. 이제는 스타벅스도 공정무역을 내세우고 사람들은 ‘웰빙’하기 위해 ‘슬로우 푸드’의 가치를 내세운 수제 햄버거 집에서 자랑스럽게 비싼 햄버거를 사 먹는다. ‘친환경’적인 느낌을 주는 원목 인테리어와 해외 유명 아티스트나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전시해 놓은 까페가 ‘느림’을 내세워 고급 와인과 유기농 요리들을 고가에 판매하고 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생태’와 ‘문화’를 기쁘게 소비한다.


서울시장과 서울문화재단 콤비에서 그대로 이어져 이제 정권을 차지한 이명박-유인촌 콤비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와 같은 상황을 정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명박의 청계천 복원 사업에서부터 이어지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조성과 서울 디자인 올림픽, 광화문 광장 조성 사업, 하이서울 페스티벌 등은 이제 ‘문화’와 ‘생태’를 이용해 자본의 이익에 부합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동시에 정치인 스스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자리를 잡았다.


결국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부에 문화정책은 없다. 이명박 정부는 90년대 이후 정권 중 가장 반문화적이지만 ‘문화’라는 말을 가장 남발하는 정권이다. 이명박-유인촌 콤비는 서울시장-서울문화재단 콤비에서 시작하여 ‘문화’, ‘생태’, ‘역사’ 같은 단어가 사람들을 현혹하기에 아주 좋은 아이콘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지금까지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그들은 70년대식 개발논리를 가지고 90년대식 명분으로 포장한다. 동시에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데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이 역할을 지금 ‘문화체육관광부’가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유인촌 장관은 촛불집회 때 나서서 ‘진실은 이렇습니다’라는 홍보 동영상을 발표했고, 올해 1월 미디어 관련법 개악을 앞두고는 지식경제부 장관과 함께 성명을 발표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맞추어 ‘문화가 흐르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시작했고, 일자리 정책을 마련하느라 ‘예술뉴딜’을 내놓았다. 문화부는 앞장서서 미디어 장악과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히틀러에게 괴벨스가 있었다면 이명박에게는 유인촌이 있는 것이다.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화려한 초고층 빌딩과 거대한 랜드마크를 건설하는 것, 강을 죽이고 골프장과 카지노, 대형 놀이공원 같은 것들을 건설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인가? 자연의 흐름을 막고 인공으로 조성한 개천과 개발을 위해 당연히 파괴되는 강물을 지켜보는 것이 ‘생태’인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때이다.


** 이 글은 내일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퍼가실 때는 댓글 남겨주시는 센스~!) **

Posted by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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